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 | 송해나 | 문예출판사

작가님이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써내려간 임신일기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임신의 증상과 임신한 여성을 사회에서 어떻게 대우하는지 낱낱이 공개한다.
p.68
‘순산’이라. 사실 산모에게 순산이란 건 없다. 그저 아기를 낳고도 무사히 살아남길 바랄 뿐이다. 산모의 온 장기를 뒤틀고 회음부를 찢으며 아기가 나오는데 순산이 어디 있어. 타인이 말하는 순산은 무지이고 건방이다.
p.202
임신에 대한 내 결정을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임신·출산에 관한 정보가 제한적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비출산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여성이 현실을 알고 수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제 인생을 결정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고 여성의 삶은 여성이 살아내는 거니까.
p.270
각 세대의 여성은 저마다 맞닥뜨린 차별의 파도를 견뎌왔다. 여성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사회에서, 그럼에도 여성들은 본인이 살아내고 싶은 삶을 그리고 각기 모습대로 투쟁하며 여기까지 왔으리라. 결국 여성해방은 여성연대로부터 온다고 믿는다. 나란히 가지 않아도 함께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가 쓴 2018년에는 출산율 0.98명 2023년 통계 기준 0.72명으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이다.
나의 부모님은 베이비부머세대이다. 경제가 어렵고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국가를 재건하고 경제에 이바지한 세대라고도 할 수 있겠다. IMF를 직격타로 맞고 자식들에게 고학력 고수입을 강조해온 교육열이 강한 세대. 그리고 곧 은퇴를 앞둔 세대.
그런 부모님 밑에서 나는 태어났다. (물론 고학력 고수입은 이루지 못했지만)
나와 동생은 3살 터울의 자매다.
4년제 학사를 달고 졸업하였으며, 30대 중후반이 된 지금도 회사를 다니며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둘 다 결혼은 했지만 자녀는 없다. (동생은 확고한 딩크족이다.)
우리 부부는 작가님이 임신일기를 쓴 2018년에 결혼했다.
첫 해, 두 해 신혼 생활을 즐기다 보니 애가 없음에 편했던건지 어쩌다보니 2025년 현재까지도 자녀가 없다.
(나는 곧 40대가 된다. 남편은 이미 40대)
종종 남편은 나에게 우리도 하나 낳아야지라고 하지만 임신 계획을 딱히하고 있지 않고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점점 나이는 먹어가고 나는 남편에게 말은 안했지만 올해가 아니면 자녀를 갖지 않는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자녀를 낳고 성인이 될 때까지 책임을 지려면 우리 부부는 70세까지는 쉬지 않고 일을 해야할 것이다. 부모님은 은퇴하시고 완벽하지 않는 노후대책을 우리에게 의지 할 것이며, 자녀가 대학을 온전히 졸업할 때까지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면 우리 역시 노후대비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친구와 동료 등 수 많은 임산부를 보았지만 아무도 나에게 임신의 위험성과 고통, 좌절감, 어려움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힘들었는데 낳으면 너무 예뻐요.' '낳아봐야 알아요'라고 할뿐 책처럼 적나라하게 공개하지 못한다. (책의 내용을 읽어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신체변화와 장기를 누르며 커가는 태아 때문에 생기는 각종 증상을 내가 알리가 없다. 내가 과연 감내를 하고 임신하고 자녀를 키우는게 올바른 선택일지 개인의 고민을 덜어줄 해결책이 필요 했던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니 역시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몫이 되어버렸다. 온전한 나의 선택으로 내 앞길이 달라진다. 그래서 읽고 난 뒤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초저출산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현대 여성들은 과거 가부장제도에 크던 부모와 달리 고등교육을 받았으며, 경제활동을 하며 개인의 자유, 커리어에 충실히 임한채 살고 있다. 결혼 그리고 임신과 출산, 육아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여성의 역할이다. 여성의 사회생활과 자유를 보장하지 못한다.
주변에 임신과 출산, 육아로 경단녀가 된 친구들을 본다. 좋은 남편을 만나 육아에 집중하며 온전히 애를 키우며 사는게 그 친구에게는 행복한 일이니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 믿는다. 또한 친구와 동료 중에는 아침에 부랴부랴 밥을 챙기고 등교준비를 시켜 학교에 보내며 방과후에는 소위 말하는 학원 뺑뺑이, 돌봄교실로 육아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들에게 자신의 경제활동은 가정에서 중요한 업무이다. 하지만 둘 경우다 나한테 말해주는 것은 동일하다. '내 자신이 없어져. 애들 클때까지 참아야지 뭐'
나 자신을 지키면서 임신과 출산, 육아하는 방법이 없을까? 둘다 양립 할 수 없는 존재인가.
아마 내가 임신하지 않는한 계속 될 고민이다. (임신하면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
책을 읽고 아쉬웠던 점은 작가님의 육아일기를 구경할 수 있을까 해서 트위터(X) 계정을 찾아보았는데 계폭 하신건지 없었다.
작가님 어디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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