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고도를 기다리며” 마지막회차
두번째줄 가운데서 봐서 자리는 너무 좋았다.
배우들의 호흡, 표정 등을 생생히 눈에 담을 수 있어 감사했던 3회차 관람.
사실 마지막 25일 공연도 예매 했었으나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취소했다 ㅠㅠ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고 보며 느낀 나의 작은 생각을 아래 옮겨적어 본다.
나의 '고도'를 기다리며
제목만 익히 들어 알았지만 내용은 전혀 몰랐다. 고도가 처음에는 고도(高度)인줄 알아서 뭔가 목표 의식이 있고 그걸 띄어넘는 자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제목만 보고 추측했을 뿐이다.
'신구','박근형' 옹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THE FINAL'을 보기 위해 그렇게 책을 읽고 연극을 보았다.(하도 내용이 어렵다고 하길래) 거장들의 연기를 두 눈으로 언제 직접 볼 수 있으랴 더군다나 THE FINAL은 두 분 연극의 마지막을 뜻할테니 기회에 있을 때 꼭 봐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하여 총 3번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책도 읽었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봤는데, 극으로 마주하니 참으로 해석이 기가막히고 두 분 연기에 반하여 보았고 이후에는 그 감동을 좀 더 간직하고자 보게 되었다. (퇴근 후 장충동 국립극장 가는 길이 쉽지 않았지만 놓치지지 않는 나 칭찬한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가 고도(Godot)라는 자를 기다리는 내용이다. 이 희곡에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고도를 기다리는 것만 있을 뿐이었다.
나는 고도를 기다리는 고고와 디디를 보면서 삶의 희망을 보기도 하고 절망도 봤다. 포조와 럭키를 보면서 당시 사회의 부조리함을 보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것은 어쩌면 대기업과 하청업체, 특권의식을 갖고 있는자와 그렇지 못한 자 등 여러 사회면에서도 비유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마지막에 고고와 디디는 내일은 튼튼한 끈을 가져오자며 다짐하며 내일 고도가 오지 않을 경우 목을 매자고 한다. 하지만 극에서도 그랬듯이 아마 그들은 끝까지 고도를 기다렸을 것이다. 오지 않는 고도를....
고도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신'이라고 한다. 어떤이는 '죽음' 혹은 '희망' 등을 얘기 할 지도 모른다. 나도 항상 고도를 기다리는 삶을 살아왔던거 같다. '이때쯤 되면 뭐가 되어있겠지.', 'ㅇㅇ 하겠지', 'ㅇㅇ를 잘 하겠지' 등 아무도 나에게 정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그것들을 소망했다. 이제는 조금 알거 같기도 하다. 내가 바라는 '고도'는 오지 않는다고, '고도'는 그저 손에 잡힐거 같지만 잡히지 않는 '무언가'임에 틀림없다.
어렸을 적 나는 성인이 되면 꿈을 이룬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또한 결혼하면 배우자 자녀와 함께 행복한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을거라고만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그것들과는 조금 멀리 있는거 같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마냥 놓거나 기다리고 싶진 않다.
최근 결혼생활이 마치 '고도를 기다리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실소가 새어나왔다. 나를 고고와 디디에 비유하고 보니 기약이 없는 다음이 조금은 숨이 막혀왔다.
디디가 소년에게 고도는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소년은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지만 흰수염이 있고 집에 있다고 대답해준다. 고도가 어디있는지 디디는 듣고도 소년을 추궁하거나 가자고 하지 않는다. '고도'는 어쩌면 만나고 싶지만 영원히 만나지 않을 존재 일지도 모른다. 혹은 막상 고도를 만났는데도 우린 고도를 만났다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도 고도를 기다리고 있나요?
'공연 > 2025 공연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5.05.30~06.01 서울재즈페스티벌 @올림픽공원 (10) | 2025.06.12 |
|---|---|
| 2025.05.16 신구, 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THE FINAL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 | 2025.05.29 |
| 2025.05.09 신구, 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THE FINAL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 | 2025.05.29 |
| 2025.04.19 COLDPLAY 내한공연 <Music of Spheres> @고양종합운동장 (1) | 2025.05.07 |
| 2025.04.26 까데호(Cadejo) 열두번째 프리시즌 @카키스 (2) | 2025.05.07 |